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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잠깐 봤을 뿐인데 하루 종일 기분이 이상했던 날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날이 꽤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문제는 SNS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취향이 없으면 비교가 시작되고, 비교가 반복되면 우울이 쌓입니다. 이 글은 그 연결고리를 끊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SNS를 볼수록 왜 기분이 나빠질까요?
퇴근하고 소파에 누워 잠깐 인스타그램을 열었다가 한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화면을 닫으면서 드는 감정은 상쾌함이 아니라 묘한 피로감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해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고, 누군가는 새 직책을 달았다는 소식을 올렸습니다. 저는 그냥 소파에 누워 있었는데도 갑자기 제가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현상은 심리학에서 '사회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으로 설명됩니다. 여기서 사회 비교 이론이란 사람이 자신의 의견이나 능력을 평가할 때 객관적 기준 대신 타인을 기준으로 삼는 심리적 경향을 말합니다. 문제는 SNS가 이 비교를 하루 종일, 끊임없이 부추긴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청소년과 청년층의 정신 건강 지표를 추적한 자료를 보면, 2012년을 기점으로 자살·자해·우울 지표가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인스타그램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됐고, 미국 청소년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50%를 처음 넘어섰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기기가 손안에 들어온 순간, 비교의 빈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겁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자꾸 타인의 피드를 훔쳐보게 되는 걸까요? 제가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나온 답이 꽤 불편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 취향이 분명하지 않으니까. 내 것이 없으니 남의 것을 계속 들여다보게 된 거였습니다.
취향을 찾는다는 게 정말 우울을 막아줄까요?
취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고급스럽고 먼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와인을 논하거나 재즈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요. 그런데 제가 실제로 해보니 전혀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퇴근 후 클래식 음악 한 곡을 찾아 들었고, 주말에는 늘 다니던 길 대신 처음 보는 골목을 걸어봤습니다. 별거 없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달랐습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가 제안한 개념인 '플로우(Flow)'가 바로 이와 연결됩니다. 플로우란 내가 좋아하는 일에 완전히 몰입해 시간 감각을 잃을 정도로 빠져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하는 일이 너무 좋아서 두 시간이 20분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입니다(출처: Pursuit of Happiness Institute).
플로우 상태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생깁니다. 남과 비교할 틈 자체가 없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동안에는 누군가의 여행 사진이 머릿속에 끼어들 자리가 없었습니다. 이게 취향이 우울을 막아주는 실질적인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칙센트미하이의 이론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실력은 높은데 난이도가 없으면 → 지루함이 찾아옵니다
- 난이도는 높은데 실력이 없으면 → 불안이 엄습합니다
- 실력과 난이도가 적절히 맞물릴 때 → 플로우, 즉 재미있는 몰입이 일어납니다
제 경험상 취향을 찾는 초기에는 실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처음엔 불안하고 어색합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실력이 조금씩 따라붙고, 그때부터는 진짜 재미가 생깁니다. 잘하니까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니까 더 잘하게 되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자기 성찰은 왜 '반성'이 아니라 '휴식'이어야 할까요?
저는 오랫동안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부족한 점을 떠올렸습니다. "오늘 이것밖에 못 했네." "더 했어야 하는데." 이게 발전을 위한 자기반성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쌓이고 나니 하루를 잘 보내도 무언가 찜찜한 감각이 남았습니다.
철학에서 말하는 '셀프 리플렉션(Self-reflec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셀프 리플렉션이란 자기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의식적으로 들여다보는 내면의 대화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일본을 거쳐 '자기반성'으로 번역되면서, 본래 의미인 '나와의 차분한 대화'가 '나를 혼내는 행위'로 변질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자로 '휴식(休息)'을 풀어보면 의미심장합니다. '휴(休)'는 사람이 나무에 기대는 모습이고, '식(息)'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의미입니다. 나무에 기대어 내 마음을 돌이켜보는 것, 그게 원래 휴식의 뜻입니다. 나 자신과 나누는 대화가 곧 쉬는 것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 중 짧게라도 SNS를 끄고 이어폰을 꽂고 걷는 시간을 만들어봤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냥 걷는 겁니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이 시간이 처음엔 낭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쌓이니 머릿속의 각성 수준이 내려가는 게 체감됐습니다. 심리학에서 '적정 각성 이론(Optimal Arousal Theory)'이라고 하는데, 각성 수준이 과도하게 높을 때 그것을 낮추는 행위가 진짜 휴식이고, 단순히 자극적인 콘텐츠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오히려 각성을 높이는 놀이에 가깝다는 개념입니다.
나와 대화가 안 되는데 타인과 깊은 대화가 가능할 리 없다는 말이 제겐 꽤 오래 남았습니다.
나에게 감탄하는 연습, 실제로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솔직히 이건 처음에 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나에게 "잘했어" 하고 말해주는 게 어색하고, 자기 위안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발달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Lev Vygotsky)의 '근접 발달 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이론을 접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근접 발달 영역이란 혼자서는 아직 못 하지만 능력 있는 누군가와 함께할 때는 할 수 있는 영역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아이는 엄마가 지켜보며 감탄해줄 때 혼자서는 못 하던 것을 해냅니다.
그리고 그 감탄이 내면화됩니다. 어릴 때 엄마가 아이의 작은 변화를 보며 "어머!" 하고 감탄하던 그 경험이 아이 안으로 들어와, 나중에는 스스로 자신의 성장을 알아채고 기뻐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됩니다. 반대로 이 경험이 충분하지 않으면, 타인의 인정에 끊임없이 굶주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방법은 정말 단순합니다. 잠들기 전에 오늘 나에게 감탄할 만한 것 하나를 찾는 겁니다. "미뤄두었던 이메일 답장을 했다." "퇴근길에 걷기 10분을 했다." "짜증났지만 참았다." 그냥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안 떠올랐습니다.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니 하루 중 작은 순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예상 밖이었던 건, 나를 인정하기 시작하니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도 조금 여유로워졌다는 점입니다. 내가 가진 게 없다고 느낄 때 다른 사람의 빛나는 순간이 더 눈부시게, 그리고 더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내가 내 하루에서 작은 것이라도 찾아낼 수 있을 때는 남의 피드가 그냥 그 사람의 피드로 보였습니다.
심리학에서 이런 자기 감탄의 습관화가 주의(attention)의 방향 자체를 바꾼다고 봅니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울면 더 슬퍼지듯, 감탄할 일이 없어도 감탄을 먼저 하면 감탄할 일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메아리처럼 돌아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취향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
A.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가 아니라, 나는 이게 좋은가?"라는 질문 하나를 반복해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제 경우엔 퇴근 후 특정 음악을 들을 때 유독 기분이 달라진다는 걸 알아채는 것부터였습니다. 작은 호기심이 반복되다 보면 취향이 윤곽을 드러냅니다.
Q. SNS를 끊어야만 비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가요?
A. 꼭 끊지 않아도 됩니다. 핵심은 SNS를 보기 전에 내 것이 어느 정도 채워져 있느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이 하루에 조금이라도 있다면, 같은 피드를 봐도 감정 반응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완전한 단절보다 균형이 현실적입니다.
Q. 자기 감탄이 자기 합리화랑 다른 건가요?
A. 자기 합리화는 잘못을 덮기 위해 이유를 만드는 것이고, 자기 감탄은 실제 변화와 노력을 알아채고 기뻐하는 것입니다. 잘못한 일을 반성하는 것과 잘한 일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동시에 가능합니다. 둘 중 하나만 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Q. 플로우 상태는 어떻게 경험할 수 있나요?
A. 칙센트미하이의 연구에 따르면 플로우는 실력과 과제 난이도가 적절히 맞아떨어질 때 나타납니다. 너무 쉬우면 지루하고, 너무 어려우면 불안해집니다. 내가 좋아하는 활동에서 조금씩 난이도를 올려가며 지속하는 것이 플로우로 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길입니다.
결론
이 글을 쓰면서 제가 다시 정리하게 된 것은 하나입니다. 비교의 피로는 내 취향이 없을 때 찾아오고, 취향은 나와 조용히 대화하는 시간에서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SNS를 끊거나 대단한 무언가를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하루,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을 다른 일 없이 집중해서 들어보는 것. 잠들기 전 "오늘 이것 하나는 꽤 잘했어"라고 나에게 말해보는 것. 그 작은 습관이 쌓이면 남의 기준을 쫓던 삶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됩니다.
저는 지금도 완벽하게 되진 않았습니다. 가끔 SNS를 보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그 기분이 왜 생겼는지는 이제 압니다. 그리고 그 답도 결국 나에게 있다는 것도요.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콘텐츠입니다.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진단 및 치료는 의료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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