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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8일 이내 780여 개 유전자를 살펴보는 전장유전체 선별검사 연구」

솔직히 신생아 선별검사가 몇 가지 대사 수치를 재는 정도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9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내용을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생후 28일 이내 아기의 DNA를 직접 분석해 780여 개 유전자를 한꺼번에 들여다보는 신생아 전장유전체 선별검사 연구가 국내 최초로 시작됐습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먼저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제가 이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10년만 빨랐어도 달라진 아이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였습니다.
기존 검사로는 왜 부족했을까 — 조기발견의 골든타임
30대 부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태어날 때 울음소리도 우렁차고 겉보기엔 너무나 건강했던 아이가, 돌 무렵부터 옹알이와 발달이 멈추더니 결국 희귀 유전질환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학병원을 전전하며 수개월간 원인을 찾지 못한 그 시간이 얼마나 피를 말렸을지—그 부부의 이야기가 제 머릿속에서 오래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신생아 선별검사가 처음 시작된 건 1997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페닐케톤뇨증과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 딱 두 가지만 확인했습니다. 2006년에 정부 지원 대상이 6가지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으로 넓어졌고, 2018년부터는 탠덤질량분석기(탠덤매스)를 활용한 검사가 전면 급여화됐습니다. 여기서 탠덤질량분석기란 혈액 속 특정 대사물질의 종류와 농도를 동시에 분석하는 장비로, 한 번의 검사로 여러 대사이상 질환을 선별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입니다. 덕분에 실제 임상에서는 훨씬 많은 질환을 함께 걸러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의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혈액 속 수치 이상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보니, 아직 대사 이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아주 이른 시기에는 잡아내기 어렵습니다. 희귀유전질환의 상당수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이미 신경계나 주요 장기에 비가역적 손상, 즉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이 시작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조기 발견"이라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는 그 부부의 이야기를 들은 뒤에야 진짜로 실감했습니다.
- 1997년: 페닐케톤뇨증,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 2종 선별 시작
- 2006년: 정부 지원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6종으로 확대
- 2018년: 탠덤질량분석기 기반 검사 전면 급여화
- 2026년: 전장유전체 선별검사 연구 본격 시작 (780여 개 유전자)

780개 유전자를 한 번에 — 희귀유전질환 선별의 무엇이 달라지나
이번 연구 발표를 처음 읽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한 숫자가 바로 '780여 개'였습니다. 필수 647개 유전자에 선택 136개 유전자를 더한 규모입니다. 기존 탠덤매스 기반 검사가 수십 가지 대사 질환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단위 자체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핵심은 전장유전체 선별검사(Whole Genome Sequencing, WGS)라는 기술에 있습니다. WGS란 사람의 DNA 전체 서열을 읽어내는 기술로, 특정 유전자 한두 개가 아니라 게놈 전체를 한꺼번에 분석합니다. 혈액 속 수치가 아닌 DNA 자체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아직 몸에 아무 증상도 나타나지 않은 신생아 시기에도 특정 유전자 변이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연구책임자인 이범희 교수는 이를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가 가능한 희귀유전질환을 조기 발견해 적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라고 설명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제 경험상 이런 표현은 보통 과장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만큼은 '패러다임'이라는 단어가 과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짚어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WGS 과정에서 나오는 부수 소견, 즉 처음 찾으려던 질환과 무관하게 우연히 발견되는 유전 정보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성인이 된 뒤에야 발현되는 질환의 위험 유전자가 신생아 시기에 발견됐을 때 이를 보호자에게 알려야 하는지, 알린다면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는 국제적으로도 계속 논의되는 사안입니다. 또한 의미 불확실 변이(VUS, Variant of Uncertain Significance)— 쉽게 말해 변이가 발견됐지만 질병으로 이어질지 아직 알 수 없는 유전자 정보—로 인해 부모가 불필요한 불안감과 추가 검사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도 실제로 많이 지적되는 문제입니다. 이번 연구가 임상 가이드라인과 보호자 동의 체계를 함께 개발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로 이런 현실적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글로벌 흐름과 국내 전장유전체 연구의 다음 단계
이 분야를 찾아보면서 제가 놀란 것은 한국이 유독 뒤처진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는 2024년부터 '뉴본 제너레이션 스터디(Generation Study)'를 통해 200개 이상의 유전질환을 신생아 단계에서 선별하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는 지노믹스 잉글랜드(Genomics England)가 주도하고 있습니다(출처: Genomics England). 미국에서는 '가디언 스터디(GUARDIAN study)'가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현장에 WGS를 직접 도입해 조기 진단 사례들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어떤 기술이 임상에 자리 잡으려면 초기 검증 연구가 결정적입니다. 효과가 있다는 것을 단순히 이론으로 보여주는 것과, 실제 환자 데이터로 증명해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무게를 가집니다. 이번 질병관리청·국립보건연구원 연구가 "국내 최초의 국가 차원 검증 연구"라는 점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연구는 올해 500명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총 1,800명 규모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전국 6개 병원—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분당차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이 참여하며, 이미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마쳤습니다. IRB란 연구가 윤리적으로 타당하게 설계됐는지를 독립적으로 심의하는 기관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연구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입니다. 이 과정을 통과했다는 것은 연구 설계 자체의 신뢰성을 뒷받침합니다.
이 연구 결과가 쌓이면, 향후 전장유전체 선별검사가 기존 대사이상 선별검사처럼 전 국민 대상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특정 고위험군에 한해 운영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여를 원하는 보호자는 사업 홈페이지(www.kgnbs.kr)에서 안내 자료를 확인하고 참여 병원을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존 신생아 선별검사랑 이번 전장유전체 검사, 뭐가 다른 건가요?
A. 기존 검사는 혈액 속 대사물질 수치를 측정해 수십 가지 질환을 걸러내는 방식입니다. 이번 전장유전체 선별검사(WGS)는 아기의 DNA 자체를 분석해 780여 개 유전자와 관련된 희귀유전질환 위험을 한 번에 스크리닝합니다. 아직 몸에 아무 이상이 나타나지 않은 시점에도 유전자 수준에서 먼저 읽어낼 수 있다는 게 핵심 차이입니다.
Q. 우리 아기도 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나요? 어떻게 신청하나요?
A. 생후 28일 이내 신생아라면 참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전국 6개 참여 병원(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분당차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중 한 곳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사업 홈페이지(www.kgnbs.kr)에서 안내 자료와 교육 내용을 먼저 확인해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올해는 500명을 목표로 모집 중입니다.
Q. 유전자 검사에서 뜻하지 않은 정보가 나오면 어떻게 되나요?
A. 전장유전체 분석 과정에서 처음 찾으려던 질환 외에 다른 유전 정보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를 '부수 소견'이라고 합니다. 이번 연구는 이 부분을 포함한 윤리적 쟁점들에 대한 임상 가이드라인과 보호자 동의 체계를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어떤 정보를 어떤 기준으로 보호자에게 알릴지는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면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Q. 변이가 발견됐다고 하면 무조건 병이 생기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고 해서 반드시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의미 불확실 변이(VUS)'는 변이가 확인됐지만 실제 질병과의 연관성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경우를 말합니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불안이나 추가 검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라, 검사 결과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의 충분한 설명과 함께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지금 돌아봐도 제가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감정은 단순한 "좋은 뉴스"가 아니었습니다. 늦은 진단으로 평생을 바꿔버린 아이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생후 28일 이내에 780여 개 유전자를 들여다본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 결말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실감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부수 소견 처리 기준, 의미 불확실 변이(VUS)로 인한 불안, 보호자 동의 체계 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제들을 이유로 출발 자체를 미루는 것보다, 실제 데이터를 쌓으면서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 결국 더 많은 아이들에게 골든타임을 지켜줄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참여를 고려 중이시라면 www.kgnbs.kr에서 안내 자료를 먼저 꼼꼼히 읽어보고,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이야기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콘텐츠입니다.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진단 및 치료는 의료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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