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받은 오토파지 이야기]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뱃살이 줄지 않고 아침마다 피로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운동도 하고 식단도 바꿔봤지만 뭔가 근본적인 게 빠진 느낌이었죠. 그러다 우리 몸이 스스로 노폐물을 청소하는 메커니즘, 오토파지(autophagy)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게 단순한 다이어트 이야기가 아니라 노화 자체를 다루는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이 주제 하나에 수여됐다는 사실이, 제가 이걸 진지하게 파고들게 된 결정적 이유였습니다.노벨상이 선택한 메커니즘, 오토파지란 무엇인가오토파지(autophagy)란 세포가 스스로 내부의 손상된 구성 요소를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입니다. 그리스어로 '자기(auto)'와 '먹다(phagy)'가 합쳐진 말로, 말 그대로 ..
극심한 이별 후 가슴이 찢어지듯 아프다는 말, 그게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솔직히 좀 무서웠습니다. 심한 정서적 충격이 실제로 심장의 구조를 바꿔 놓는 의학적 질환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만성 스트레스가 기억을 담당하는 뇌 세포를 죽여 나간다는 연구 결과를 접하고 나서 '스트레스 좀 받으면 어때!' 하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뇌과학이 밝혀낸 스트레스의 실체와, 그걸 알고 난 뒤 제가 실제로 달라진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뇌 가소성 — 뇌는 생각보다 훨씬 유연하고,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직장에서 심하게 치인 날, 퇴근길에 분명히 늘 다니던 골목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그냥 멍했던 탓이겠거니 했는데, 나중에 뇌과학 관련 내용을 공부하다가 그게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
"암은 유전자 문제"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6개월 전 건강검진 결과지를 손에 쥐던 순간 그 믿음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답니다. 프론티어스 인 사이언스(Frontiers in Science)에 게재 예정인 논문은 암을 유전병이 아닌 미토콘드리아 대사 질환으로 규정하며, 치료 전략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인이 직접 대사 치료를 6개월간 실천해본 결과,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꽤 다른 지점들이 있었습니다.암은 왜 미토콘드리아 대사 질환인가지인이 진단을 받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암의 원인을 파고드는 것이었습니다. "BRCA1 유전자가 있으면 암이 온다"는 식의 설명은 들어봤지만, 실제로 BRCA1 변이가 있어도 암이 발생하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
"기억을 잃는다"는 건 단순히 건망증이 아닙니다. 그런데 혹시 아십니까, 치매는 증상이 나타나기 무려 10~20년 전부터 이미 뇌 속에서 조용히 진행된다는 사실을? 저도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치매 연구 30년 경력의 전문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두려움이 아닌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치매가 '기억 병'이라고만 알고 계셨다면치매를 알츠하이머와 같은 말로 쓰는 분들이 많은데, 이건 사실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치매는 크게 열 가지에서 많게는 백 가지 이상의 유형이 존재하고, 그중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알츠하이머'라는 이름은 이 질환을 처음 정의한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의 성에서 따온 것입니다.저도 오랫동안 치매라고..
50대의 뇌가 MRI에서 80대처럼 보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남의 일처럼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며 또 하루를 보낸 그날 밤, 문득 거울 속 제 얼굴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뇌는 지금 몇 살일까?'뇌 노화는 MRI에 고스란히 찍힌다 뇌 MRI 영상에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담깁니다. 건강한 뇌는 두개골 안을 빈틈 없이 채우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흡연과 음주를 30년 넘게 해온 실제 50대 환자의 MRI를 보면, 뇌 조직이 눈에 띄게 쪼그라들어 70~80대 수준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 무증상 뇌졸중, 즉 자각 증상 없이 이미 뇌혈관이 막힌 흔적까지 발견되기도 합니다.무증상 뇌졸중이란 뇌..
주변을 돌아보면 도무지 살을 빼야 할 것 같지 않은 분들이 위고비, 마운자로 얘기를 꺼내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됩니다. 저도 모임 자리에서 딱 그 상황을 겪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냥 유행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단순한 유행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정작 약을 안 쓰고,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앞다퉈 비급여 처방을 받아가는 구조, 지금 우리 사회의 비만 치료제 현실입니다.오남용 실태 — 정작 필요한 사람은 안 맞는다혹시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나는 좀 더 빼야 하는데, 주사 한 방이면 편하지 않을까.' 저도 솔직히 그런 유혹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지인 모임에서 실제로 이 약을 쓰고 있다는 분들을 보면, 체질량 지수(BMI)로 따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