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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천연물 신약이란? FDA 승인이 어려운 이유와 승인된 약

부의순항자 2026. 9. 7. 00:15

목차


    “천연 성분으로 만든 약이라면 일반 의약품보다 FDA 승인이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천연 성분 약 - FDA 승인이 날것인가?

    약국 진열대에 빼곡한 '천연 성분' 제품들을 보며 저도 한동안 막연하게 믿었습니다. 식물에서 왔으니 몸에 나쁠 리 없다고요. 그런데 FDA가 최근 발표한 숫자 하나가 그 믿음을 완전히 뒤흔들었습니다. 지난 30년 가까이 미국에서 정식 처방약으로 승인된 식물성 의약품, 즉 보태니컬 의약품(Botanical Drug)은 단 4개뿐입니다. '천연'이라는 말이 '의학적으로 검증됐다'는 말과 얼마나 다른 뜻인지, 이 숫자 하나가 모든 걸 설명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30년에 4개, 그 뒤에 숨은 과학적 장벽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FDA가 식물성 의약품 개발을 위한 공식 의견수렴 절차, 즉 RFI(Request for Information)에 착수했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그냥 행정 절차 중 하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원문을 들여다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FDA는 2004년 첫 가이드라인을 낸 이후 출처: FDA 공식 발표를 통해 2016년 개정판 가이드라인까지 정비해왔지만, 그럼에도 정식 처방약으로 승인된 보태니컬 의약품은 4개가 전부입니다. FDA 스스로 이번 발표에서 그 이유를 명시했는데, 핵심은 식물 유래 물질이 가진 구조적 복잡성입니다.

    하나의 식물 추출물 안에는 수십에서 수백 가지 화합물이 뒤섞여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성분이 약효를 내는지 특정하기 어렵고, 재배지·수확 시기·가공 방식에 따라 배치(Batch), 즉 한 번에 생산된 묶음 단위마다 성분 함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합성 화학물질처럼 분자 하나하나를 통제할 수 없으니, 균질성(Uniformity)을 보장하는 것 자체가 난관입니다. 여기서 균질성이란 같은 약을 어느 공장에서 어느 날 만들든 동일한 품질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로, 모든 의약품 승인의 기본 조건입니다.

    이 때문에 FDA는 '증거의 총체성(Totality of Evidence)'이라는 심사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단일 성분을 분리해 검증하는 대신, 원료 관리·품질관리·생물학적 검사·임상 데이터를 종합해서 판단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은, 이게 오히려 더 까다롭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준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니, 어느 하나가 흔들려도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입니다.

    그 험난한 과정을 뚫고 승인된 4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시네카테킨(Sinecatechins, 제품명 Veregen): 녹차 추출물 기반, 생식기 사마귀 치료용 국소 도포 연고
    • 크로펠레머(Crofelemer, 제품명 Mytesi): 남미 크로톤 나무 수액 추출물 기반, HIV/AIDS 환자의 설사 증상 완화 경구제. 세계 최초의 경구용 보태니컬 의약품입니다.
    • 자작나무 삼테르펜(Birch triterpenes): 자작나무 껍질 추출물 기반 국소 치료제
    • 아나카울라제-bcdb(Anacaulase-bcdb): 식물 유래 효소 제제로, 생물의약품허가(BLA) 경로로 승인

    이 4개를 보면서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두 치료 대상이 매우 구체적이고, 국소 도포나 특정 환자군처럼 적용 범위가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면역력 강화'나 '피로 회복' 같은 포괄적인 효능을 내세우는 시중 건강기능식품과는 출발점 자체가 다릅니다.

    요약: 식물 추출물 특유의 성분 복잡성과 배치 간 균질성 문제가 보태니컬 의약품 승인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장벽으로, FDA는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단 4개만 승인했습니다.

    식물성 의약품 승인이 유독 드문 이유: 4가지 난관

     

    '천연' 마케팅과 '의약품 승인' 사이의 간극

    제가 직접 살펴봤는데, 마트나 약국 건강기능식품 코너에서 '천연 추출물', '식물성 원료'를 앞세운 제품을 고르지 않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유명 방송인이 특정 식물 추출물 분말을 '면역력 비결'로 소개하거나, 셀럽이 허브티를 피부 미용 필수템으로 극찬하면 해당 제품이 품절 대란을 겪는 광경도 낯설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제품들 대부분이 이번 FDA가 규제하는 '보태니컬 의약품' 범주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신약승인(NDA), 즉 새로운 약물이 시장에 나오기 위해 FDA에 제출하는 정식 허가 신청을 거친 적도 없고,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임상시험(Clinical Trial)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적도 없습니다. 임상시험이란 신약 후보 물질이 실제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를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과학적 절차를 말합니다.

    한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내에는 '천연물신약'이라는 별도 제도가 있어 조인스정(물푸레나무 추출물 기반 관절염 치료제)이나 스티렌(쑥 추출물 기반 위염 치료제)처럼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사례가 있습니다. 스티렌은 누적 매출이 1조 원에 육박할 만큼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약입니다. 그런데 제가 관련 문헌을 살펴본 결과, 출처: 유럽의약품청(EMA) HMPC의 사례에서 보듯 세계 각국 규제기관 모두 '식물에서 왔다'는 사실과 '의약품으로서 효과가 입증됐다'는 사실을 여전히 엄격하게 별개의 문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최근 일부 천연물신약이 건강보험 급여 재평가 과정에서 유효성 입증에 어려움을 겪어 급여 축소·제외 논의의 대상이 됐습니다. 오랫동안 처방됐던 약이 재검토 선상에 오른다는 건, 첫 번째 승인을 통과한 뒤에도 과학적 검증은 끝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지점이 제 경험상 사람들이 가장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한번 통과됐으면 됐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니까요.

    유럽은 미국보다 먼저 식물성 의약품을 제도화했는데, EMA 산하 식물성의약품위원회(HMPC)가 운영하는 '전통사용등록(Traditional Use Registration)'이 대표적입니다. 최소 30년 이상의 사용 이력을 근거로 안전성을 인정받는 방식인데, 이건 FDA가 이번에 추구하는 '임상시험 기반 정식 승인'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FDA가 2026년 9월 EMA와 공동 워크숍을 열기로 한 것도 바로 이 두 접근법, 즉 전통적 사용 경험 기반과 현대적 임상 데이터 기반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제 생각엔 이게 이번 움직임 전체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요약: 시중에 넘쳐나는 '천연 성분' 건강기능식품은 FDA 보태니컬 의약품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며, '식물에서 왔다'는 사실과 '의약품으로 검증됐다'는 사실은 미국·유럽·한국 모두에서 엄격히 다른 문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약국에서 파는 식물 추출물 건강기능식품도 FDA 승인을 받은 건가요?

    A. 아닙니다. 건강기능식품과 보충제는 FDA의 신약승인(NDA) 절차를 거치지 않습니다. '의약품'이 아닌 '식품' 범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질병 치료 효과를 임상시험으로 입증할 의무가 없습니다. 라벨에 '천연'이나 '식물성'이라고 적혀 있어도 의학적 효능이 검증됐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Q. 보태니컬 의약품이 일반 화학 합성 신약보다 더 안전한 건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천연'이라는 것이 무조건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FDA도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보태니컬 의약품은 화학 합성 신약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성·유효성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고, 오히려 성분이 복합적이라 부작용 원인을 특정하기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한국 천연물신약과 FDA 보태니컬 의약품은 같은 개념인가요?

    A. 방향성은 유사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천연물신약도 식약처의 별도 심사 기준 아래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다만 세부 기준과 심사 체계는 FDA와 다르며, 최근 일부 국내 천연물신약이 건강보험 급여 재평가에서 부침을 겪고 있어 두 제도 모두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Q. FDA의 이번 RFI가 실제로 규제를 완화하는 건가요?

    A. 완화보다는 '현대화'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FDA는 식물 유래 물질에 대한 과학적 검증 기준을 낮추려는 게 아니라, 복잡한 혼합물을 다루는 방법론을 정교하게 다듬어 개발 경로를 더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실제 임상시험 기반 승인 요건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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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제가 이번 자료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소비자로서 눈여겨봐야 할 기준은 '천연 성분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질병 치료 목적으로 정식 임상시험을 거쳐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은 의약품이냐'입니다. 이 기준 하나만 제대로 잡아도 수많은 마케팅 문구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FDA의 이번 규제 현대화 움직임이 실제로 개발 속도를 높인다면, 앞으로는 식물 유래 성분도 합성 신약과 동등한 임상 근거를 갖춘 정식 치료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천연'은 과학적 검증을 대체할 수 없고, 앞으로도 그럴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참고: https://www.fda.gov/news-events/press-announcements/fda-seeks-public-input-advance-development-botanical-drug-products

    ※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콘텐츠입니다.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진단 및 치료는 의료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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