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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어머니가 같은 이야기를 세 번 반복하셨을 때, 저는 솔직히 "다정하신 분"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게 치매 초기증상일 수 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치매는 기억력 문제보다 성격 변화, 언어 능력 저하 같은 신호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신호들이 하필이면 "원래 저런 분"이라는 말로 묻혀버리기 쉽습니다. 뒤늦게 후회하기 전에, 제가 직접 공부하고 확인한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성격 탓으로 넘기기 쉬운 경고 신호들
치매 초기증상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 기억력 감퇴부터 떠올립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건, 임상 현장에서는 기억력 문제보다 먼저 포착되는 신호들이 따로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같은 이야기의 반복입니다. 만날 때마다 똑같은 옛날이야기를 꺼내는 어르신을 보면 흔히 "참 다정하고 유쾌한 분"이라고 느낍니다. 그런데 그게 최근 대화 내용 자체를 기억하지 못해서, 즉 단기 기억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오래된 기억만 꺼내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도 처음엔 이걸 그냥 성격으로 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일찍 눈여겨봤어야 했습니다.
두 번째는 물건을 잃어버릴 때마다 "누가 훔쳐갔다"고 단정 짓는 행동입니다. 이건 의심이 많아진 성격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건을 어디 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부 탓으로 돌리는 방어 반응에 가깝습니다. 가족들이 알아채기 어려운 다른 기억력 문제가 나타나기 전에 이 신호가 먼저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언어 능력의 저하입니다. 단어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 건 나이 들면 누구나 겪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물건 이름을 아예 대지 못하고 "앉는 거", "쓰는 거" 식으로 돌려 설명하거나, 전혀 엉뚱한 단어를 가져다 쓰는 경우라면 다릅니다. 실어증(失語症), 즉 뇌의 언어 처리 영역이 손상되면서 단어 인출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어증이란 말하거나 이해하는 언어 기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는 증상으로, 치매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같은 이야기 반복 — 단기 기억력 저하의 신호일 수 있음
- 물건 도난 의심 — 기억 공백을 외부 탓으로 채우는 방어 반응
- 단어 인출 실패 — 노화와 구분되는 실어증 가능성
- 성격·행동 변화 — 스트레스가 아닌 전두엽 기능 저하일 수 있음
부모님 치매가 걱정된다면, 식탁부터 살펴보세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인지 건강과 생활습관. 매일 먹는 음식부터 건강하게 바꾸고 싶다면 『놀라운 치매 예방 식사를 바꾸면 된다』를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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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내용은 건강정보를 위한 참고자료이며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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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식 결여, "고집"이 아니라 뇌의 변화다
제가 가장 오해했던 신호가 바로 이겁니다. 예전보다 복잡한 일 처리를 못 하게 됐는데도 본인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우기는 경우, 가족 입장에서는 그냥 고집이 세졌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의학적으로 이 상태를 병식 결여(질병인식불능증, Anosognosia)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병식 결여란 뇌의 변화로 인해 자신의 어려움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일부러 인정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초기 치매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관찰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이 신호를 고집으로 해석하면 "왜 인정을 안 해"라며 다그치게 됩니다. 그러면 당사자는 억울하고 관계만 나빠집니다. 병식 결여임을 이해하면 접근이 바뀝니다. 다그치는 대신 "한 번 같이 검사받아보자"는 쪽으로 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친구의 경험상 이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행동 변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갑자기 낭비가 심해지거나,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결정을 내리거나, 반대로 원래 사교적이던 분이 갑자기 위축되거나 부적절한 말을 불쑥 내뱉는 경우입니다. 이런 변화는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요즘 왜 저러지"라는 인상이 반복된다면 전두엽 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전두엽 기능 저하란 판단력, 충동 조절, 사회적 행동을 담당하는 뇌 앞부분이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변화를 말합니다. 치매가 기억 영역만이 아니라 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치매안심센터, 생각보다 문턱이 낮았습니다
신호를 발견했다고 해서 바로 대형 병원 신경과부터 예약할 필요는 없습니다. 친구도 처음에는 막막하게만 느꼈는데, 알고 보니 동네 보건소 산하 치매안심센터에서 시작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
만 60세 이상이라면 예약 후 10~15분 내외의 무료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선별검사(Screening Test)란 증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빠르게 확인하는 1차 검사로, 전문적인 진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정밀검사가 필요한지를 걸러내는 단계입니다.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협약 병원에서 진단검사비 최대 15만 원, 감별검사비 최대 8만 원까지 국가에서 지원합니다. 확진 이후에는 소득 기준에 따라 약제비 일부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출처: 중앙치매센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 24시간 운영)에 전화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렇게 촘촘한 지원 체계가 이미 갖춰져 있었는데 몰라서 못 쓰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치매는 조기 발견이 결과를 크게 바꿉니다. 전체 치매의 약 10%는 원인을 조기에 교정하면 완치도 가능하고, 최근에는 레켐비(Leqembi)처럼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질병조절치료제도 등장해 초기 단계에서 진행 자체를 늦출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여기서 아밀로이드 단백질이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단백질 덩어리로,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주요 원인 물질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간격이, 결국 치료 시기의 간격이 됩니다.
(치매안심센터 활용법: 무료 치매 검진부터 조기 검진비,약제비 지원까지)
자주 묻는 질문
Q.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치매 초기증상인지, 그냥 습관인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핵심은 방금 한 이야기를 기억하는지 여부입니다. "아까 그 얘기 하셨는데요"라고 했을 때 "맞다, 했지"라며 인정한다면 단순 습관에 가깝습니다. 반면 전혀 모르는 표정으로 "내가 그랬어?"라고 반응하거나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면 단기 기억력 저하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단순한 반응 하나가 꽤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봅니다.
Q. 부모님이 검사를 거부하시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병식 결여가 있는 경우 본인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강할 수 있습니다. "치매 검사받자"는 말보다 "요즘 건강검진 한 번 받아보시죠" 식으로 부담 없이 접근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에 먼저 상담하면 가족이 어떻게 대화를 이끌면 좋을지 구체적인 조언도 받을 수 있습니다.
Q. 치매안심센터 선별검사와 병원 정밀검사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선별검사는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빠르게 확인하는 1차 단계입니다. 보통 10~15분 내외로 인지 기능을 간단히 평가합니다. 여기서 이상이 감지되면 협약 병원에서 신경심리검사, MRI, 혈액검사 등을 포함한 정밀검사로 넘어갑니다. 이 정밀검사 비용을 국가에서 최대 15만 원까지 지원해주기 때문에 비용 부담 때문에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Q. 치매 초기증상과 단순 노화를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기준이 있나요?
A. 일반적으로 단순 노화는 힌트를 주면 기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 초기에는 힌트를 줘도 기억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고, 일상생활 기능이 실제로 저하됩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사람답지 않다"는 느낌이 반복될 때 전문가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치매 초기증상을 돌아보면, 제가 놓쳤던 신호들이 하나같이 "저 분은 원래 그래"로 설명되던 것들이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다정함,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고집, 물건을 의심하는 예민함. 모두 성격 탓으로 넘기기 딱 좋은 모습들이었습니다.
치매는 무조건 절망적인 병이 아닙니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관리와 대응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국가 지원 체계도 생각보다 촘촘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주변에서 "저 사람답지 않다"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한 번쯤 치매안심센터 문을 두드려보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콘텐츠입니다.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진단 및 치료는 의료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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