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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 정복, (정상수치, 초가공식품, 심근경색) [전문의 강연 리뷰]

부의 순항 2026. 7. 27. 15:55

목차


    전공의 시절 체중이 90kg에 육박했던 적이 있습니다. 밤샘 당직 중 신내 나는 김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의국에 들어온 빵을 수술 전 마구 우겨 넣던 그 시절에 혈액 검사를 받았더니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모두 높게 나왔습니다. 그때는 "바쁜데 어쩔 수 없지"라며 넘겼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게 얼마나 위험한 방치였는지 식은땀이 납니다. 국내 성인 4명 중 1명이 고지혈증 진단을 받는 시대, 문제는 증상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고지혈증 정상수치, 제가 착각하고 있던 것들

    고지혈증이라고 하면 흔히 "지방을 너무 많이 먹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정확한 진단명은 이상지질혈증(dyslipidemia)입니다. 여기서 이상지질혈증이란, 혈중 지질 수치 중 한 가지 이상에 이상이 생긴 상태를 의미합니다. 총 콜레스테롤, 중성지방(트리글리세라이드),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네 가지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수치 기준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총 콜레스테롤: 200mg/dL 이상이면 주의
    • LDL 콜레스테롤: 160mg/dL 이상이면 위험. LDL이란 혈관 벽에 지방을 쌓아 염증을 일으키는 '나쁜 콜레스테롤'입니다
    • HDL 콜레스테롤: 60mg/dL 이상이면 좋고, 42mg/dL 미만이면 위험. HDL은 남은 지방을 간으로 회수하는 '좋은 콜레스테롤'로, 높을수록 유리합니다
    • 중성지방(트리글리세라이드): 160mg/dL 이하가 정상, 200mg/dL 이상이면 위험 신호

    제 경험상 이 수치들을 한꺼번에 머릿속에 넣으려 하면 오히려 헷갈립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어떤 건 높아야 좋고, 어떤 건 낮아야 좋으니, '고지혈증이다 아니다'를 단순하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

    더 중요한 사실은, 콜레스테롤의 70~80%는 간에서 자체 합성된다는 점입니다. 음식으로 들어오는 양은 고작 20%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왜 수치가 올라가는 걸까요? 단순히 지방을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대사 기능이 망가지면 간이 필요 이상으로 콜레스테롤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대사 기능이 깨지는 주범이 바로 단순당과 초가공식품입니다(출처: WHO 심혈관질환 팩트시트).

    요약: 고지혈증 수치는 네 가지를 함께 봐야 하며, 수치 상승의 진짜 원인은 지방 섭취보다 대사 기능 손상에 있습니다.

     

    초가공식품이 혈관을 망가뜨리는 방식

    응급실에서 중성지방 수치 5,000을 기록하며 실려 온 환자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정상 상한선이 160mg/dL인데 5,000이라니. 전날 식단을 확인해 보니 피자, 치킨, 라면, 술이 한꺼번에 등장했습니다. 개별로 봐도 위험한 것들이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였습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단순당을 대량 섭취하면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됩니다. 여기서 글리코겐이란 포도당이 결합한 저장 형태로, 일종의 에너지 창고입니다. 이 창고가 꽉 차버리면 남은 당분은 중성지방(트리글리세라이드)으로 전환되어 혈관 속으로 방출됩니다. 혈액 속에 지방이 떠다니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혈액을 원심분리하면 혈장이 투명한 노란빛이 아니라 하얗게 변하는데, 제가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혈관 속에 비계가 떠 있는 것"이라는 표현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이란 원재료의 형태가 전혀 남아 있지 않고 공장에서 가공·성형·방부 처리를 거친 식품을 말합니다. 과자, 피자, 치킨 튀김옷, 가공육(소시지, 베이컨), 액상과당이 들어간 음료가 모두 여기 해당합니다. 가공육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할 만큼 유해성이 확인된 식품입니다.

    음료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탄산음료나 가공 주스를 물처럼 마시는 습관이 있다면 지금 당장 멈추는 것이 맞습니다. 액상과당이 잔뜩 들어간 음료는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체내 탈수를 유발합니다. 당분이 너무 많아 몸에서 수분을 더 빼내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공의 시절 수술 사이에 달달한 음료로 버텼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이었는지, 이걸 알고 나서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

    요약: 초가공식품과 액상과당은 간의 대사 기능을 파괴하고 중성지방 수치를 폭발적으로 올리는 직접적 원인입니다.

     

    심근경색 전조 신호, 놓치면 안 되는 이유

    30대 초반의 심근경색 환자를 봤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제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20대 심근경색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탱탱해야 할 혈관이 이미 좁아질 대로 좁아진 상태로 실려 오는 것입니다.

    고지혈증이 무서운 이유는 증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혈액 검사를 하지 않으면 수치가 얼마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방치된 상태에서 혈관이 좁아지다 동맥경화가 터지면, 그것이 심근경색으로 이어집니다. 심근경색의 80~90%는 이런 경로를 밟습니다.

    그 전 단계인 협심증(angina pectoris)의 증상을 알아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협심증이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70% 이상 좁아져 심장 근육이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질 때 나타나는 통증입니다. 쉽게 말해 심장이 보내는 경고 신호입니다.

    주의해야 할 증상은 이렇습니다. 쥐어짜거나 누르는 듯한 흉통, 움직이거나 계단을 오를 때 악화되는 답답함, 식은땀, 호흡 곤란이 동반되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통증은 왼쪽만이 아니라 오른쪽, 중앙, 팔 안쪽, 등, 심지어 턱이나 치아로 방사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치과를 다녀왔는데 문제없다는 소견을 받고 결국 응급실에서 심근경색으로 확인된 사례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지속 시간입니다. 1분 이내에 안정을 취하면 나아진다면 안정 협심증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1분이 넘어가고 쉬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이미 불안정 협심증 단계일 수 있습니다. 그때는 심장내과 예약을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뇌는 혈류가 끊기면 4분부터 손상이 시작되고, 119 구급대가 도착하는 데 평균 6~10분이 걸립니다.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주변 사람의 심폐소생술(CPR) 뿐입니다.

    요약: 1분 이상 지속되며 안정 후에도 가라앉지 않는 흉통은 불안정 협심증의 신호이며,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심근경색 전조 신호

     

    자주 묻는 질문

    Q. 고지혈증 진단받으면 바로 약을 먹어야 하나요?

    A. 수치가 경계선을 조금 넘은 초기라면 생활 습관 개선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고지혈증은 고혈압이나 당뇨에 비해 식습관과 운동만으로도 단 2주 만에 수치가 뚜렷하게 개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틴 계열 등 고지혈증 약물은 부작용이 있고, 콜레스테롤 자체가 세포막과 호르몬 합성에 필요한 물질이므로 무조건 약으로 억누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생활 습관을 2~4주 바꾼 뒤 재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Q.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어떻게 낮추나요?

    A. 중성지방은 단순당과 액상과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탄산음료, 가공 주스, 과자, 배달 음식을 줄이고 물·보리차·루이보스차로 수분을 채우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주 15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도 중성지방 수치를 빠르게 낮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혈중에서 중성지방을 직접 제거하는 약물은 없기 때문에 식이 조절과 운동이 핵심입니다.

     

    Q. 가슴이 잠깐 콕콕 쑤시는데 응급실을 가야 하나요?

    A. 쑤시거나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 또는 신물이 넘어오는 듯한 증상은 식도염이나 근골격계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쥐어짜거나 누르는 듯한 통증이 1분 이상 지속되고 쉬어도 가라앉지 않는다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당장 응급실 수준이 아니더라도, 이런 통증이 반복된다면 가까운 내과에서 심전도 검사라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운동이 고지혈증에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A. 단순 칼로리 소모 그 이상입니다. 중강도 운동은 말초혈관(peripheral blood vessels)을 확장시켜 세포 구석구석에 쌓인 노폐물과 젖산을 씻어냅니다. 이 효과가 혈관 염증을 줄이고 대사 기능을 회복시키는 핵심 기전입니다. 주 150~300분의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이 혈관 질환과 암 예방에 충분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론

    제가 90kg에 가까웠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은 분명합니다. 고지혈증은 증상이 없어 무섭고, 약으로 덮기 쉬워 더 무섭습니다. 하지만 대사 기능을 망가뜨리는 초가공식품과 액상과당을 줄이고, 담배를 끊고, 주 150분 이상 땀을 흘리는 것. 이 세 가지 습관만으로도 2주 안에 수치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오늘 저녁 습관처럼 열었던 배달 앱을 닫는 것, 탄산음료 대신 보리차 한 잔을 선택하는 것.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 혈관도 그렇게 조금씩 돌아왔습니다.

    참고: https://youtu.be/eJVCzQx4ax8?si=8Evq3Fd2-dznUQ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