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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안 먹어도 되는 고지혈증 (체질과 유전, 스타틴, 동맥경화)

부의 순항 2026. 7. 29. 19:17

목차


    운동해도 소용없던 이유 [서울대전문의 강연 리뷰]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고지혈증 주의'라는 빨간 글씨를 본 날, 저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술도 거의 안 하고, 채소 위주로 먹으려 노력했는데 대체 뭘 잘못한 건지. 그런데 1년을 독하게 운동하고 식단을 바꿔도 수치가 꿈쩍도 안 하는 걸 보면서, 혹시 이게 처음부터 제 잘못이 아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고지혈증의 본질이 생활 습관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 지금부터 제가 직접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고지혈증은 체질이었다 — 자책할 필요가 없는 이유

    재작년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경계 판정을 받은 뒤, 저는 매일 아침 1시간씩 등산을 하고 삼겹살은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무조건 떨어졌겠지'라는 확신으로 다음 해 결과지를 열어봤는데, 수치는 오히려 더 올라 있었습니다. 허탈감에 눈물이 핑 돌 정도였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게 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고지혈증, 정확히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의 핵심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얼마나 합성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서 콜레스테롤이란 지방과 혼동하기 쉽지만, 사실 칼로리를 내지 않는 '지질'의 일종으로, 세포막 유지와 호르몬 생성에 반드시 필요한 성분입니다. 즉, 나쁜 물질이 아니라 우리 몸이 기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영양소입니다.

    문제는 이 합성량이 유전적으로, 체질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간의 콜레스테롤 생산 능력이 태어날 때부터 높게 세팅된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20대 첫 건강검진부터 수치가 높게 나옵니다. 고혈압은 나이 들며 생기고, 당뇨는 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으로 발생하지만, 고지혈증은 수십 년간 그 상태였던 것입니다. 갑자기 스타틴이라는 약이 개발된 뒤에야 '동맥경화의 원인'이라는 이름표가 붙게 된 것이고요.

    실제로 고지혈증이라는 병명 자체가 2000년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LDL 콜레스테롤(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측정법도 2000년대 중반에야 보편화되었습니다. 여기서 LDL이란 콜레스테롤을 혈액 안에서 운반하는 택배 상자 같은 역할을 하는 단백질 복합체로, 혈관벽에 달라붙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입니다. 이 LDL 수치를 잡는 스타틴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고지혈증이 '관리 대상 질환'으로 정의된 것입니다.

    • 고지혈증의 핵심 지표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
    • 중성지방(TG) 수치는 식이 지방 섭취량의 반영지표
    •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에서 콜레스테롤을 회수하는 역할이나, 수치 자체보다 LDL 관리가 더 중요
    • 콜레스테롤 합성량은 간 기능과 유전적 체질에 의해 결정
    요약: 고지혈증 수치는 생활 습관 탓이 아니라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 능력이라는 유전적 체질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틴 부작용의 실체 — 공포의 정체를 파악하다

    의사 선생님이 스타틴을 처방하던 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무 증상도 없는데 약을 먹으라니. 게다가 인터넷에는 "스타틴 먹다가 근육 녹는다", "치매 유발한다"는 글이 넘쳐났습니다. 약을 받아 들고 며칠 동안 먹지 못했습니다.

    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생합성 경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여기서 생합성이란 우리 몸이 원료를 가공하여 콜레스테롤을 직접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과정을 억제하다 보니, 콜레스테롤이 담당하던 세포막 보수 기능도 일부 약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근육 세포막 유지에 쓰이는 콜레스테롤이 줄어들면서 근육통이나 경련(쥐가 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 가장 흔한 부작용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 스타틴을 복용했을 때 밤에 종아리에 쥐가 나는 빈도가 늘었습니다. 이전엔 거의 없던 증상이었기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의사에게 말했더니 "그건 다른 원인일 수 있다"는 말만 돌아왔고, 그때 저는 약에 대한 신뢰를 잃을 뻔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부작용을 인정하고 용량 조정이나 약 교체를 상담해 줬다면 상황이 달랐을 겁니다.

    국내외 의학계 데이터를 살펴보면, 스타틴의 효과는 뇌졸중과 심근경색 예방에서 명확하게 입증되어 있습니다. 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 문제는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아직 겪지 않은 '1차 예방' 단계의 환자들은 약의 효과를 몸으로 실감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증상 없이 복용하다 부작용만 느끼게 되면 약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현재 주사형 PCSK9 억제제처럼 스타틴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대안도 있습니다. PCSK9 억제제란 간에서 LDL 수용체 분해를 막아 LDL 콜레스테롤을 더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전의 약물로, 6개월에 한 번 주사로 투여합니다. 다만 1회 시술 비용이 200만 원 이상으로 매우 비쌉니다. 경구용 대안도 조만간 국내 도입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부작용으로 스타틴 복용이 어려운 경우 담당 의사와 대안을 충분히 상의해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요약: 스타틴의 근육통·경련 부작용은 실제 존재하며, 이를 제대로 인정받고 용량 조정이나 대안 약물을 상담하는 것이 약에 대한 불신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동맥경화 예방의 진짜 포인트 — 내장지방과 LDL 관리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뒤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식단 바꾸기와 유산소 운동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 뒤 결과는 앞서 말한 대로입니다. 이 경험이 처음에는 좌절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고지혈증의 본질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운동과 식이요법이 콜레스테롤 수치 자체를 드라마틱하게 바꾸지는 못합니다. 오메가3 복용이나 건강식 실천도 수치를 '살짝' 낮추는 정도입니다. 이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간의 합성 능력에 지배받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모르면, 열심히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수치 앞에서 무력감만 쌓이게 됩니다.

    그렇다고 생활 습관 관리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관리의 목표를 콜레스테롤 수치 자체가 아닌 동맥경화 예방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동맥경화란 혈관 내벽이 LDL 콜레스테롤과 염증 반응으로 두꺼워지고 굳어지는 현상으로,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직접 원인입니다.

    이 과정에서 내장지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내장지방이란 피하에 쌓이는 지방이 아닌 복강 내 장기 사이에 축적된 지방으로, 전신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물질을 분비합니다. 출처: WHO. 남성은 허리둘레 90cm, 여성은 85cm 이상이면 내장지방 과잉 위험 구간으로 봅니다. 팔다리는 가는데 배만 볼록한 '마른 비만' 체형이 특히 위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폐경 이후 여성은 에스트로겐 감소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오르면서 뇌졸중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전 세계 뇌졸중 발생 성비는 남성이 많지만, 여성의 경우 그 대부분이 폐경 이후에 집중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데이터입니다. 이 시기 LDL 콜레스테롤 관리가 갖는 의미는 상당합니다.

    요약: 동맥경화 예방의 핵심은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내장지방 관리와 LDL 수치 조절이며, 폐경 이후 여성은 특히 이 시기의 혈관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운동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가지 않나요?

    A. 내려가긴 하지만 그 폭이 매우 작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운동 효과가 수치에 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간의 합성 능력에 지배받기 때문에, 운동만으로 수치를 정상 범위로 되돌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운동은 내장지방 감소와 혈관 탄력 유지에 의미가 있습니다.

     

    Q. 스타틴 부작용이 무서운데 꼭 먹어야 하나요?

    A. 유전적으로 LDL 수치가 높고 동맥경화 위험 인자가 겹친다면, 스타틴의 뇌졸중·심근경색 예방 효과는 부작용보다 큰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근육통이나 경련 같은 부작용이 생긴다면 반드시 의사에게 알리고 용량 조정이나 약 교체를 상담하는 것이 맞습니다. 부작용을 참으며 복용하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Q. HDL 콜레스테롤이 낮으면 심각한 건가요?

    A.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에서 회수되는 콜레스테롤로, 높을수록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HDL 수치를 높이는 약들이 잇따라 임상 실패를 겪으면서 그 중요성에 의문이 생겼습니다. 관리의 핵심은 HDL보다 LDL 수치입니다. HDL이 낮다고 과도하게 걱정하기보다, LDL과 중성지방 수치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Q. 마른 사람도 고지혈증이 생기나요?

    A. 생깁니다. 오히려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나온 이른바 마른 비만 체형에서 내장지방이 많고 대사 이상이 심한 경우가 있습니다.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이라도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여성 85cm를 넘는다면 내장지방 과잉 상태일 수 있습니다. BMI만으로는 내장지방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결론

    고지혈증 진단을 받고 한동안 스스로를 탓했습니다. 제가 뭔가 잘못 먹고, 잘못 살아온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1년간 식단과 운동을 바꿔도 수치가 내려가지 않았을 때, 비로소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고지혈증은 생활 습관의 실패가 아니라,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 능력이라는 유전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그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여 동맥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타틴은 그 위험을 줄여주는 현실적인 도구입니다. 막연한 공포보다는 부작용을 의사와 투명하게 상의하면서 관리하는 방향이, 지금 제가 택한 길입니다.

    참고: https://youtu.be/9C59ErHt91s?si=0k6TcV6Xv4tdxM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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