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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 제 상식이 통째로 흔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당뇨에 걸리면 채식 위주로, 고기는 줄여야 한다"는 말을 저도 철석같이 믿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전문의가 단호하게 "고기 드세요"라고 말하는 걸 보고, 제가 그동안 당뇨를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있었는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당뇨는 무섭게 퍼지는 병이 아니라, 초기에 제대로 알고 관리하면 합병증 없이 평생 함께 갈 수 있는 병이라는 것. 이 글에서 그 핵심을 풀어봅니다.
당뇨의 진짜 원인, 인슐린 저항성이란 무엇인가
저도 처음엔 당뇨를 단순히 "혈당이 높은 병"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포도당을 많이 먹으면 생기는 병, 그러니까 단 것만 안 먹으면 된다고 막연히 생각했죠. 그런데 실제 원인을 파고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우리가 탄수화물을 먹으면 소장에서 최종적으로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 속으로 들어옵니다. 이 포도당은 세포의 연료인데, 세포 바깥에 있는 상태로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합니다. 반드시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포도당이 세포 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갈 수는 없어요.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글루트4(GLUT4)입니다. 여기서 글루트4란 근육 세포와 지방 세포에 있는 포도당 전용 통로를 말합니다. 이 문은 인슐린이 세포 표면에 신호를 보내야만 열립니다.
문제는 체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이 인슐린 신호 전달 경로에 이상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세포는 문을 열지 않고, 포도당은 혈액 속에 그대로 떠돌게 됩니다. 이 상태가 바로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 신호에 둔감해져 포도당을 제때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 몸은 이를 보완하려고 췌장에서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하지만, 그 한계에 도달하면 혈당이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한국인에게 2형 당뇨가 유독 많은 이유도 여기서 비롯됩니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수십만 년간 소식(小食) 환경에 적응하면서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용량 자체가 서구인보다 작은 체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 식생활이 갑자기 서구화되면서 췌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부하가 걸리기 시작한 겁니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30세 이상 성인의 약 16%에 달하며, 이는 서구 여러 국가를 웃도는 수치입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채식 대신 고기? 메트포민과 함께하는 올바른 당뇨 관리
제 지인 중에 당뇨 판정을 받고 1년 넘게 고기를 입에도 안 댄 분이 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고기 냄새만 맡고 내려놓는 걸 몇 번이나 봤는데, 어느 날 만났더니 다리 근육이 눈에 띄게 빠져 있었습니다. 혈당은 여전히 불안정한데 몸만 말라가는 상황이었죠. 제가 나중에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당뇨 관리에서 근육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근육 세포는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입니다. 근육량이 충분해야 혈액 속 포도당이 에너지로 쓰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인슐린 저항성도 자연스럽게 완화됩니다. 그런데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채식만 고집하면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져 오히려 근육이 분해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근육이 줄면 포도당을 태울 공장도 줄어드는 셈이니, 혈당 관리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올바른 식단 방향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흰쌀밥이나 밀가루 음식처럼 빠르게 혈당을 올리는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되,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입니다. 소고기, 닭가슴살 같은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이 오히려 근육량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메트포민이 근본 치료제로 불리는 이유
당뇨 치료제 중에서 메트포민(Metformin)은 특별한 위치를 가집니다. 여기서 메트포민이란 인슐린 저항성 자체를 낮춰주는 약으로, 췌장을 쥐어짜 인슐린을 강제로 더 만들게 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 세포의 인슐린 신호 전달 경로를 개선해 포도당이 제대로 흡수되도록 돕는 원리입니다. 살을 빼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당뇨 초기에 생활 습관 교정과 함께 사용하면 병의 진행 자체를 막는 데 효과적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메트포민을 2형 당뇨병 1차 치료제로 필수 의약품 목록에 포함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필수 의약품 목록).
반면 췌장을 강하게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늘리는 설폰요소제(Sulfonylurea)는 효과는 빠르지만 저혈당을 유발할 위험이 크고 췌장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어 초기 치료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인슐린 주사는 췌장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쓰는 수단입니다. 당뇨 초기에 올바른 관리를 시작하면 인슐린 주사까지 가는 일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당뇨 관리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아래 세 가지입니다.
-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로 근육량을 유지한다
- 근력 운동을 병행해 포도당을 소비하는 근육 세포를 늘린다
- 메트포민 계열 약을 중심으로 인슐린 저항성 자체를 낮추는 치료를 이어간다
합병증 예방만 되면 당뇨는 평생 함께 살 수 있는 병
제가 이 내용을 처음 접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당뇨 자체보다 당뇨 합병증이 무섭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은 그 자체로는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아프지 않으니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고, 그 방치의 결과가 수년 후 신장 기능 저하, 망막병증, 말초신경병증 같은 형태로 나타납니다.
당뇨 합병증은 크게 미세혈관 합병증과 대혈관 합병증으로 나뉩니다. 미세혈관 합병증이란 작은 혈관이 손상되면서 신장, 눈, 신경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말하며, 당뇨신증·당뇨망막병증·당뇨신경병증이 대표적입니다. 대혈관 합병증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처럼 굵은 혈관이 막히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 합병증들은 모두 혈당이 장기간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다시 말해 혈당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낮은 수준에서 관리한다면, 당뇨가 있어도 합병증 없이 일반인과 동일한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알고 나서는 당뇨를 "사형 선고"처럼 받아들이는 태도가 얼마나 불필요한 공포인지 실감했습니다.
실제로 살이 찐 상태에서 당뇨가 생긴 경우, 체중을 7~10%만 줄여도 혈당이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체지방이 줄면 인슐린 신호 전달 경로의 방해물이 사라져, 세포가 다시 포도당을 정상적으로 흡수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오해를 받는 지점인데, 당뇨는 한번 걸리면 절대 되돌릴 수 없는 병이 아닙니다. 초기에 적절히 개입하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당뇨 걸리면 고기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A. 오히려 반대입니다. 근육량이 줄면 포도당을 소비하는 능력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혈당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이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고기가 아니라 정제 탄수화물과 총 칼로리입니다.
Q. 당뇨약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끊지 못하나요?
A. 모든 당뇨약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메트포민 같은 인슐린 저항성 개선제를 초기에 사용하면서 체중 감량과 식단 조절을 병행했을 때, 혈당이 정상화되어 약을 줄이거나 중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초기에 어떤 약을 어떻게 쓰느냐가 이후 경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Q. 인슐린 주사를 맞기 시작하면 정말 마지막 단계인가요?
A. 인슐린 주사는 췌장 베타세포가 더 이상 충분한 인슐린을 만들지 못할 때 외부에서 직접 공급하는 방법입니다. 췌장 기능을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경구 약물로 혈당 조절이 어려운 진행된 단계에서 쓰입니다. 초기부터 인슐린 저항성을 관리했다면 대부분 이 단계까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한국인이 서양인보다 당뇨가 더 많은 이유가 뭔가요?
A. 수십만 년간 소식 환경에 적응한 아시아인은 유전적으로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용량이 서구인보다 적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 식생활이 급격히 서구화되면서 췌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하가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체구는 작은데 서구식 과식을 하는 것이 결합되면서 당뇨 유병률이 급증한 것으로 봅니다.
결론
당뇨를 처음 진단받았을 때의 충격과 막막함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가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도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구나"라는 자괴감이 먼저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당뇨는 초기에 인슐린 저항성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단백질 위주 식사와 근력 운동, 그리고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합병증 없이 평생 관리할 수 있는 병입니다.
무작정 굶거나 채식만 고집하는 방식은 오히려 근육을 갉아먹어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흰쌀밥을 조금 줄이고, 단백질 반찬을 하나 더 올리고, 짧은 근력 운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 그 작은 변화가 혈당 수치를 바꾸고, 결국 삶의 질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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