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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 진실 (비싼소변, 깊은수면, 플라세보)

by 부의 순항 2026. 7. 9.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얼마 전까지 책상 위에 영양제 병이 다섯 개는 넘게 쌓여 있었습니다. 오메가 3, 종합 비타민, 마그네슘, 비타민 C 메가도스 제품까지. 그런데 서울대학교 병원 신경과 교수와 고려대 화학과 교수의 대담을 접하고 나서 그 믿음이 꽤 흔들렸습니다. 대부분의 영양제가 일반인에게는 그저 '비싼 소변'이 될 뿐이라는 말, 여러분은 어떻게 들리시나요?

 


비타민 C 메가도스, 정말 항산화 효과가 있을까요?

제가 직접 써봤는데, 비타민 C를 고용량으로 챙겨 먹던 시절에도 피로가 뚜렷하게 줄었다는 느낌은 솔직히 없었습니다. 그냥 "먹고 있으니까 괜찮겠지"라는 안도감 정도였을 겁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게 바로 플라세보 효과(위약 효과)였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플라세보 효과란, 실제로 약효가 없는 물질을 복용하더라도 심리적인 기대감만으로 효과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을 말합니다.

비타민 C는 흔히 '항산화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우리 몸이 비타민 C를 쓰는 주된 용도는 항산화가 아닙니다. 콜라겐(collagen) 합성에 필요한 조효소로 기능하며, 이 과정에서 전자 하나를 주고받는 반응이 항산화처럼 보였던 것뿐입니다. 우리 몸에는 수퍼옥사이드 디스뮤타제(SOD, Superoxide Dismutase), 카탈레이즈(Catalase), 글루타치온 퍼록시다제(Glutathione Peroxidase) 같은 강력한 항산화 효소들이 이미 존재합니다. 여기서 SOD란 세포 내에서 활성산소를 중화하는 효소로, 필요한 순간에 정밀하게 작동하고 나서 숨어버리는 방식으로 기능합니다. 비타민 C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이 효소들의 역할을 대체하도록 우리 몸이 설계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비타민 C 자체가 불필요한 걸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는 '메가도스(megadose)', 즉 초고용량 복용입니다. 비타민 C는 수용성이라 과잉 섭취된 양은 그대로 소변으로 빠져나갑니다. 현재 우리나라처럼 세 끼에 간식까지 챙겨 먹는 식생활에서는 일반 식사만으로도 충분한 비타민 C가 공급됩니다. 채식주의자나 다이어트 중인 분, 노인, 임산부처럼 식사가 불규칙하거나 편중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보충제를 따로 살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알부민 영양제도 같은 맥락입니다. 병원에서 간 기능 저하 환자에게 정맥 주사로 투여하는 알부민은 혈액 내 전해질과 약물 성분을 운반하는 중요한 혈장 단백질입니다. 그런데 이걸 알약으로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위와 소장에서 아미노산 단위로 완전히 분해되어 버립니다. 아주 비싸게 산 계란보다도 못한 아미노산 공급원이 되는 셈입니다.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의 실제 흡수율과 체내 이용률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 비타민 C의 실제 기능: 콜라겐 합성 조효소 (항산화 역할은 부차적)
  • 메가도스 복용 결과: 초과분은 수용성이므로 소변으로 배출 (비싼 소변)
  • 알부민 영양제: 경구 복용 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정맥 주사와 효과 전혀 다름
  • 보충제가 필요한 경우: 채식주의자(B12 필수), 임산부(엽산), 노인·다이어트 중인 분(종합 비타민)
  • 지용성 비타민(A, D, E, K): 과다 섭취 시 체내 축적되어 독성 유발 가능
요약: 비타민 C 메가도스는 항산화 용도로 작동하지 않으며, 일반적인 식사를 하는 성인에게 별도 보충제는 대부분 불필요합니다.

 

진짜 피로 회복제는 영양제가 아니라 깊은 수면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마그네슘 스프레이를 눈꺼풀 근처에 뿌려보기도 하고, 코엔자임 큐텐(CoQ10) 제품을 두 달째 먹으면서도 오후 세 시만 되면 어김없이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피로는 근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온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던 겁니다.

뇌가 활동하는 동안 신경 세포는 엄청난 양의 ATP(아데노신 삼인산)를 소모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데노신(adenosine)이라는 피로 물질이 쌓이는데,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결합하면 잠이 오는 신호가 만들어집니다. 카페인이 일시적으로 각성 효과를 내는 이유도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즉, 카페인은 피로를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피로 신호를 잠시 막아두는 것뿐입니다. 이것을 중추성 피로(central fatigue)라고 하며, 몸이 더 소모되기 전에 쉬라고 뇌가 보내는 경고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아데노신은 어떻게 제거될까요? 깊은 수면(서파 수면, 3~4단계) 동안만 작동하는 글림패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핵심입니다. 글림패틱 시스템이란 뇌에 존재하는 일종의 림프계 조직으로, 수면 중 뇌척수액이 뇌를 씻어내며 아데노신을 비롯한 노폐물을 제거하는 기전입니다. 약 10년 전에 발견된 이 시스템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연구 중이며,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로 지목되는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 플라크도 깊은 수면 중에 씻겨 나간다는 연구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출처: 미국 국립보건원(NIH)

코엔자임 큐텐이나 타우린, 엘카르니틴 같은 에너지 대사 관련 성분들은 세포 미토콘드리아 수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영양제로 섭취했을 때 미토콘드리아까지 실제로 전달된다는 근거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미토콘드리아 질환(mitochondrial disease)처럼 세포 에너지 생산 자체가 망가진 희귀 질환 환자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인의 피로 회복 목적으로는 돈낭비에 가깝습니다.

눈꺼풀이 떨리는 것도 마그네슘 부족이 아니라 신경의 지배력 약화로 인한 패시큘레이션(fasciculation), 즉 근육이 신경 신호 없이 자체적으로 흥분하는 현상입니다. 마그네슘 스프레이는 피부 아래 근육층까지 침투하지 못하므로 실제 효과가 없으며, 시원한 느낌은 첨가된 멘톨 성분 때문입니다. 영양제를 끊고 수면 시간을 7시간 이상 확보하면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병행한 뒤, 저도 처음으로 오후 세 시를 졸음 없이 넘길 수 있었습니다.

요약: 피로의 근본 원인은 뇌의 아데노신 축적이며, 이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글림패틱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깊은 수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오메가 3는 먹어야 하나요, 안 먹어도 되나요?

A. 생선이나 해산물을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드신다면 굳이 따로 챙기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메가 3의 핵심 역할은 심혈관 개선이 아니라 뇌세포막의 유동성 유지이며, 편식이 심하거나 채식 위주로 드시는 분이라면 보충제로 섭취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단, 보관 중 캡슐이 녹거나 찐득해진 제품은 산패된 것이므로 즉시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Q. 눈꺼풀이 자꾸 떨리면 마그네슘을 먹어야 하나요?

A. 눈꺼풀 떨림은 마그네슘 부족이 원인이라는 주장은 한 번도 임상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습니다. 실제 원인은 노화나 피로로 인한 신경 지배력 약화이며, 해당 부위를 가볍게 누르거나 스트레칭해주는 것이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됩니다. 마그네슘 스프레이는 피부를 통해 근육까지 침투하지 못하므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Q. 여러 영양제를 한꺼번에 먹어도 괜찮을까요?

A. 식품 유래 보충 성분들은 큰 문제가 없지만, 밀크시슬이나 글루코사민처럼 식품에 없는 성분은 간에서 독성 물질로 인식해 해독 작용을 시작합니다. 이런 성분들을 여러 종류 함께 복용하는 폴리파머시(polypharmacy) 상태가 되면 간에 과부하가 걸려 급성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복용 중인 영양제 종류가 다섯 가지를 넘는다면 한 번쯤 의사와 상담해보시길 권합니다.

 

Q. 콜라겐 영양제를 먹으면 피부가 탱탱해지나요?

A. 먹는 콜라겐은 소화 과정에서 글리신, 프롤린 등의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피부로 선택적으로 이동하지 않습니다. 피부의 콜라겐 합성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비타민 C, 그리고 깊은 수면입니다. 피부 볼륨을 직접 채우고 싶다면 먹는 제품보다 스컬트라나 주벨룩 같은 의료 시술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Q. 비타민 D는 꼭 챙겨야 하나요?

A. 비타민 D는 전문가들이 꼽는 몇 안 되는 S급 보충제 중 하나입니다. 실내 생활이 많고 햇빛 노출이 적은 현대인에게는 결핍되기 쉬우며, 특히 폐경기 여성에게는 칼슘과 함께 골다공증 예방의 기본 치료로 권장됩니다. 혈액 검사로 수치를 먼저 확인한 뒤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결론

영양제를 끊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침실 스마트폰 알람을 모두 무음으로 바꾸고, 잠드는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긴 것이었습니다. 그 작은 변화가 두 달치 영양제보다 훨씬 빠르게 몸 상태를 바꿔놓았습니다. 결국 몸이 원하는 것은 비싼 캡슐이 아니라 방해받지 않는 깊은 잠과 규칙적인 움직임이었던 셈입니다.

지용성 비타민(A, D, E, K)은 과다 복용 시 독성이 생길 수 있고, 처음 보는 성분의 영양제를 여러 개 동시에 먹으면 간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 책상 위에 영양제가 쌓여 있다면, 한 번만 더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이게 정말 내 몸에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플라세보를 사는 것인가?"라고요. 운동하고, 깊이 자고, 잘 드시는 것. 그 세 가지가 어떤 영양제보다 먼저입니다.

참고: https://youtu.be/XE9cRKT1WnM?si=1vLkdnY-q24xExfl